경제 뉴스 읽기를 포기하고 AI 에이전트 팀을 만들었다 — econ-radar 설계 노트
안녕하세요. 임상 데이터, 유전체학, 머신러닝을 넘나들며 일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 연구자 김가경입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며칠은 열심히 읽다가도 어느 순간 흐름이 끊기곤 했습니다.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정보량이 너무 많았습니다. 읽어야 할 기사가 너무 많고,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곤 했습니다.
제가 포기한 건 경제 뉴스를 읽는 일이 아니라, 매일 직접 수집하고 정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I를 어떻게 쓸까”가 아니라 “이 반복 작업을 시스템으로 만들 수 없을까”로요. 뉴스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은 역할을 나눈 에이전트 팀에 맡기고, 저는 판단과 검수에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econ-radar가 만들어졌습니다.
econ-radar란?
econ-radar는 매일 주요 경제지를 스캔해 산업 구조, 투자 흐름, 시장이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정리하는 개인 경제 브리핑입니다.
원래는 경제 전반을 보기 위한 도구였지만, 제가 주로 관심을 두는 제약·바이오·AI 분야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결과물은 모두 Obsidian Vault에 저장됩니다. 하루 읽고 끝나는 뉴스 요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산업의 흐름을 추적하거나, 나중에 분석 글이나 리포트를 작성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지식 자산을 쌓는 것이 목표입니다.
개인적인 욕심도 하나 넣었습니다. 매일 기사에서 비즈니스 영어 표현 몇 개를 뽑아 예문과 발음까지 함께 정리합니다. 처음부터 다른 사람을 위한 서비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제가 직접 쓰기 위해 만든 도구라 이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갔습니다.
하나의 AI가 아니라 작은 팀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한 건 “똑똑한 프롬프트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한 사람이 다 하지 않고 팀처럼 역할을 나누는 쪽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수집 에이전트: 뉴스를 모읍니다. 해석 없이 사실만, 해외 기사는 한국어로 번역합니다.
- 분석 에이전트 둘: 산업·투자 관점을 한 축으로, 유망 기업 관점을 다른 하나의 축으로, 병렬로 돌립니다.
- 편집 에이전트: 두 축의 분석을 뉴스레터 한 편으로 엮습니다.
- 문체 검수 에이전트: 발행 직전에 어색한 표현을 잡습니다.
- 렌더 에이전트: HTML로 변환합니다.
- 큐레이션 에이전트: 태그와 링크를 달아 vault에 넣습니다.
각 단계는 결과를 파일로 남기고, 다음 단계는 그 파일을 입력으로 사용합니다. 대화창 안에서만 오가는 작업이 아니라, 중간 산출물이 모두 기록되고 추적되는 구조입니다. 별것 아닌 규칙처럼 보이지만, 운영해 보니 이 방식이 전체 파이프라인을 꽤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문제가 생겨도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쉽고, 특정 부분만 개선하기도 수월했습니다.
만들면서 배운 점
1. “어색하다”는 피드백은 규칙이 되어야 한다
처음 결과물은 AI 특유의 문체가 많이 묻어났습니다. “더 자연스럽게 써줘”라고 해도 한두 번은 효과가 있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제 한국 경제 기사 문장을 모아 문체 샘플로 만들었습니다. 사건은 과거형으로, 금액은 원화를 함께 표기하기처럼 구체적인 규칙도 추가했고요. 지금은 검수 에이전트가 이 기준을 참고해 문체를 교정합니다.
돌이켜보면 “마음에 안 든다”는 감각적인 피드백을 재현 가능한 규칙으로 바꾸는 작업이 하네스 엔지니어링의 핵심 중 하나였습니다.
2. 사람이 할 일을 줄이는 게 목표다
수집, 분석, 초안 작성은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외부 발행은 반드시 제가 최종 확인한 뒤에만 이루어집니다. 자동화의 목적은 사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일만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가장 가치 있는 부분은 기사 수집이나 요약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3. 사실과 해석은 분리하는 편이 낫다
각 항목에 객관적인 Key Point(“왜 중요한가”)와 주관적인 Insight(제 해석)를 색으로 구분해 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둘을 섞어 작성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흐려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시각적으로도 구분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은 사실대로, 해석은 해석대로 남기는 편이 읽는 사람에게도 더 명확합니다.
4. 읽고 끝나는 정보보다 쌓이는 정보
뉴스 요약은 당장 읽기에는 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반면 매일의 결과물을 Vault에 축적하고 서로 연결해 두면, 나중에 산업 동향 리포트나 장문의 분석 글을 작성할 때 좋은 재료가 됩니다. 정보가 소비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쌓이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5. 누가 파는지는 봤지만, 누가 사는지는 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시장을 보는 세 번째 관점을 유망 기업 중심으로 설계했습니다. 어떤 회사가 성장하는지, 어디에 자본이 몰리는지, 어떤 기술이 주목받는지를 보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 운영해 보니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같은 뉴스라도 “누가 투자하는가”와 “누가 실제로 사용하는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수요 관점을 추가했습니다.
특히 제약·바이오는 이 차이가 더 크게 드러납니다. 약을 먹는 환자, 처방하는 의사, 비용을 부담하는 보험사나 정부가 각자 다른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좋은 약을 만들어도 환자가 원하지 않거나, 의사가 처방하지 않거나, 지불자가 급여를 거부하면 시장은 열리지 않습니다. 좋은 약을 만들어도 지불자가 급여를 거부하면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반복해서 확인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유망 기업 분석에도 수요 관점을 함께 포함하고 있습니다. 운영하면서 추가한 변화 중 가장 의미 있는 수정이었습니다.
출발점
사실 에이전트 하네스라는 생각은 경제 뉴스보다 연구 업무에서 먼저 시작됐습니다. 팀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논문을 학계 관점과 산업 관점으로 나눠 분석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결과를 웹으로 렌더링해 그림과 수식을 바로 볼 수 있도록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느낀 점은 반복되는 지식 작업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역할과 절차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은 결국 판단이고, 그 이전 단계의 많은 작업은 구조화할 수 있었습니다. econ-radar는 그 생각을 연구 밖으로 가져와 적용해 본 개인 프로젝트입니다.
직접 보기
매일 운영하면서 형식도 계속 바꾸고 있고, 분석 구조도 조금씩 수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해 보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다음
앞으로는 econ-radar를 운영하면서 겪는 시행착오, 에이전트 하네스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을 이곳에 조금씩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도 참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